패배메시지/ 박노해
나는 안다
이 패배는 뭔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걸
패배로 위축되거나 자포자기하길 바란 게 아니라는 걸
한쪽이 무너졌다고 반대쪽으로 외눈 이동하거나
나는 안 무너졌다고 그대로 머리 밀고 나가거나
여전히 부정과 비판만 일삼기를 바란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고
허리 숙여 바탕 뿌리부터 하나하나 보살펴
오늘은 다르게 시작하기를 촉구한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이 참혹한 패배가 무얼 말하는지
세계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자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용기를
삶으로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긍정을 통한 부정
오늘 다시 시작하자
- 시집『겨울이 꽃핀다』(해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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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부족이었다. 실력도 미치지 못했고 ‘혹시나’ 하는 요행도 따라주지 않았다. 힘과 스피드에서 확연히 밀렸고 투지도 보이지 않았으며 전술도 영 아니었다. 지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도출된 우려했던 문제점들을 다 드러내 보이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따닥따닥 붙어 다니다가 공을 놓치고 빼앗긴 공은 곧장 역습으로 연결되었다. 전반에는 공격다운 공격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답답한 모습이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일찍부터 알제리를 첫 승의 제물로 삼겠다고 설레발 친 것이 송구하고 계면쩍기까지 했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 등 유력언론에서도 알제리와의 전반전을 ‘월드컵 레벨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끔찍한 경기력’이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아직 우리의 경기가 다 끝난 게 아니며, 경우의 수가 있어 한 가닥 희망은 남아있다지만 이미 자력진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느 시인은 하늘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올려다보면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다고 했지만, 이 시점에서 헛된 대붕의 날개를 꿈꿀 게 아니라 냉정하게 우리의 전력을 돌아보고 패인을 분석한 후 남은 경기에서는 국민의 탄식이 아닌 함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투혼을 발휘하고 그 각오를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의 김재범 선수가 인터뷰에서 베이징 때는 죽기 살기로 했더니 은메달이었고, 이번엔 죽기로 각오했더니 금메달이더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설령 우리 경기가 마감된다 하더라도 월드컵 축구는 계속된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든 있는 법. 중요한 것은 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는 의지이고 노력이리라. ‘이 참혹한 패배가 무얼 말하는지’ ‘자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용기를 삶으로 보일 수 있어야’할 것이다. 철저한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하고 더 멀리 높게 보는 시야를 확보해야 하리라. 우리의 개인사도 그렇고 국가현실도 마찬가지다. 루스벨트는 ‘많은 사람들은 패배보다는 승리 때문에 파멸한다’고 했다. 스스로 남들보다 뛰어나서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승리는 금세 재앙이 된다면서 동시에 패배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고 했다. 그러므로 오만한 권력은 위험하며 거듭된 인사실패는 재앙에 가까운 오만이다.
축구든 정치든 개인의 일이건 승리를 통해 겸허를 배우지 못하면 더 이상 행운이 오지 않을 것이며, 패배를 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면 더욱 큰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의 '끝이 시작이다'란 인식은 평가할 만 하다. 긍정을 통한 부정’ 혹은 부정을 통한 긍정으로 오늘의 패배를 창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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