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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스크랩] 눈을 받아 적다//이영춘

by 자유야 2014. 4. 5.

눈(雪)을 받아 적다 / 이영춘|영상실(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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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雪)을 받아 적다 - 이영춘 눈 내리는 날 광장서적 라운지에 앉아 유리벽 결 따라 이동하는 눈발에 내 눈알 박아 넣고 눈발 사이에 끼인 나를 꺼내 받아 적는다 시린 발 움츠리며 한쪽으로만 기울어졌던 한 세기 밥이 될 수 없었던 아득한 한 세기의 곤궁한 눈발이 아린 목구멍으로 쏟아져 내린다 십 리 이십 리 걸어 아득히 닿을 수 없던 하늘 저쪽 아버지 찾아 길 떠난 동생들은 눈 속에 묻혀 돌아 올 길을 잃고 산비탈 언덕 아래 불 꺼진 그 집, 침묵으로 울음 삼키는데 섬돌 위에 누워 있는 신발 한 켤레 홀로 문밖 인기척에 귀 기울여 젖고 있다 눈발에 묻혀간 나의 그들은 지금 이 광장 라운지 어느 문틈 사이에서 눈물로 지워지고 있나 어느 생을 거너기 위해 다시 살아나고 있나 눈발은 내리는데, 내려 죽은 새들의 이름으로 되돌아 와 내 붉은 심장에 푹푹 내리꽂히는데 삭히지 못한 열두 모금의 뜨거운 울음 입속에서 붉은 가시로 돋아나 왈칵 더운 피를 쏟아낸다 2011년<현대시학>3월호발표작
The Evening Bell- Sheila 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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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영춘 시 창작 교실
글쓴이 : 너의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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