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희망을 도둑맞지 마라"
무명을 밝히는 에세이 98
모든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고, 항상 기쁘게 하고,
원수를 대할 때에 미워하고 싫어하는 생각을 버리는 마음을
자비희사慈悲喜捨, 즉 보살의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자애로운 마음(慈心)이라고 할 때 ‘자慈’는 사랑 자, 어버이 자입니다.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말하지요.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평생을 주고도 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쓴 것을 먹고 자식들에게는 단 것을 먹여주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마른 자리는 자식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진자리로 가서 앉습니다.
자식이 괴로우면 괴로움을 대신 받길 원하고
자식이 고생을 하면 부모님 마음은 찢어집니다.
자식들이 먼 길을 가면 기다리느라 밤낮으로 잠을 설치십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나쁜 짓도 마다하지 않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불속에라도 뛰어드는 마음, 이것이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부모님이 자식에게 베풀듯이 부처님도 중생들에게 베푸십니다.
불보살님이 가지고 있는 자심慈心은 자식들을 보살피는 부모님의 마음과 같습니다.
비심悲心은 자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견주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채워주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항상 애민哀愍히 여기고 슬퍼하고,
부족한 부분을 걱정하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비심입니다.
희심喜心은 다른 사람이 잘 되어 가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이 공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고 내일처럼 기뻐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식들이 잘 되면 부모님 마음이 기쁘듯이
중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정진하면 불보살님들도 기뻐하십니다.
불보살님들은 온 우주의 중생에게 그 마음을 똑같이 펴십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좋고 나쁘다는 생각이 없이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십니다.
이와 같은 마음이 사심捨心입니다.
부모님이 평등한 마음으로 자식들 모두에게 똑같이 베풀듯이 불보살님들은
일체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 분별이 없는 마음을 베풀고 계십니다.
-원종스님(불암산 천보사 회주)의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 중에서
며칠 전(3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의 한 소년원에서 재소자 한 사람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이
일간지에 크게 실린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무리 자식이 잘못을 했어도 그의 발을 씻기고 발에 입을 맞추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고 불보살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황은 그날, 성聖 목요일 세족식을 위해 소년원을 찾아 소녀 2명과 이슬람교도 2명을 포함해
재소자 12명의 발을 손수 씻기고 입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이 발을 씻기는 의식(세족식)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제가 정말 감동적으로 들은 말은, 나이어린 사람들의 발을 손수 씻기고 나서
교황이 재소자들에게 한 말씀이었습니다.
“희망을 도둑맞지 마라.”
부모님이나 성인들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주며 끝까지 자식을(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일요일 저는 복이 많아 보이는 노거사님 한 분을 만나뵈었습니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리가 무릎 꿇는 일 하나는 잘 하지요."
모든 복을 갖춘 분이 무엇을 위해 무릎을 꿇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아들 하나 있는 게, 고등학교 때 공부는 뒷전이고 취미활동에 더 열을 냈죠.
그래도 고3 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적성이 안맞는다고 학교를 못다니겠다는 거예요.
남자가 대학은 졸업해야 자신과 가정을 책임지고 살지 않겠어요.
어떻게든 졸업이라도 해야 취직해서 밥먹고 살겠다 싶어서
교수님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제발 졸업만은 할 수 있게 공부시켜달라고 부탁했지요.
이런저런 속을 많이 썩였는데 자식을 위해 일을 해결하려고 일심으로 노력했더니 되더라고요.
자식 때문에 부부가 불교에 입문도 하고 상담도 많이 했어요.
아들은 겨우겨우 졸업 했지만, 지금은 취직해서 사회생활 잘 하고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느 재벌 한 사람은 누가 자기 아들을 때렸다는 말을 듣고 그 길로 찾아가
주먹질을 해서(그것도 자식과 같은 나이의 주점 직원) 구속된 적이 있는데,
참 대비되는 훌륭한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면 어느 자식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모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릎을 꿇은 적이 있던가?"
이렇게 물으면서 저는 지금 참회하고 있습니다.
승진행 합장_()_